고양이 범백, 의외로 소독제부터 갈립니다
범백이 지나간 집은 언제 다시 안전해질까요. 의외로 이 답을 아는 분이 적습니다.

병원에서 진단을 받으면 보호자가 듣는 말은 대개 둘입니다. 입원시켜 지켜보자는 말과 집을 소독하라는 말입니다. 앞의 말은 병원이 알아서 하니 따라가면 되는데, 뒤의 말은 집에 돌아온 뒤부터 혼자 감당해야 합니다. 검색은 보통 이 지점에서 시작됩니다.
그런데 이때 나오는 답은 대부분 깨끗이 닦으라는 말에서 멈춥니다. 어떤 약품이라야 하는지, 몇 분을 두어야 하는지, 다 닦고 나면 무엇이 달라지는지가 빠져 있습니다. 고양이 범백은 그 셋이 전부 따로 노는 병입니다. 늘 쓰던 소독제가 안 듣고, 접촉 시간이 정해져 있으며, 다 닦은 뒤에도 조건 하나가 남습니다.
순서대로 짚어 보겠습니다. 다만 순서를 지키려면 이 병이 몸의 어디를 무너뜨리는지부터 보셔야 합니다.
범백은 설사병이 아니라 골수 이야기입니다
고양이 범백은 장에서 시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생사가 갈리는 자리는 골수입니다.
빠르게 분열하는 세포를 노리는 바이러스이기 때문입니다. 몸에서 세포가 가장 빨리 갈리는 곳이 장 점막과 골수라, 그 둘이 동시에 무너집니다. 겉으로는 구토와 설사가 먼저 보이지만 정작 목숨을 가르는 쪽은 감염과 싸울 백혈구가 사라지는 것입니다.

병 이름이 그 구조를 그대로 적어 두었습니다. 범백혈구감소증은 백혈구가 전부 줄어든다는 뜻이고, 흔히 줄여 부르는 범백이 바로 그 말입니다. 머크 수의 매뉴얼은 잠복기를 보통 2일에서 7일로 보되 길면 14일까지 간다고 적었습니다. 데려온 지 며칠 지나 증상이 나오는 경우가 많은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그래서 병원이 지켜보는 숫자는 설사가 멎었는지가 아니라 백혈구가 올라오는지입니다. 회복을 판단하는 자도 거기 있습니다.

구토가 반복될 때 어디까지가 평소이고 어디부터가 신호인지는 고양이 구토, 색깔보다 «한 달에 몇 번»이 먼저입니다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그러면 접종을 다 맞힌 고양이가 걸리는 것은 어떻게 된 일일까요?
3차를 다 맞혔는데 걸렸다면, 백신이 실패한 게 아닙니다
접종을 마쳤는데도 걸렸다면 백신이 안 들은 것이 아니라 시기가 어긋난 것입니다.
어미에게서 받은 항체가 백신을 막아 버리는 구간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항체는 새끼를 지켜 주는 동안에는 고맙지만, 백신이 들어와도 똑같이 막아 버립니다. 언제 사라지는지가 개체마다 달라서 몇 차를 맞혔는지로는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머크 수의 매뉴얼이 권하는 방식은 3주에서 4주 간격으로 16주에서 20주령까지 재접종하는 것입니다. 기준이 차수가 아니라 나이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3차를 일찍 몰아서 끝내면 숫자로는 완료지만 항체가 아직 남아 있던 구간에 다 써 버린 셈이 됩니다.

따라서 확인할 것은 세 번을 채웠느냐가 아니라 마지막 접종이 16주를 넘겼느냐입니다. 접종 수첩에 날짜가 적혀 있으니 지금 세어 보실 수 있습니다.
같은 기준을 접종 전체에 적용하는 방법은 고양이 예방접종 시기, 3차로 끝나는 게 아니라 16주가 기준입니다에서 다뤘습니다.
그러면 이미 범백이 지나간 집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소독제부터 갈리고, 소독만으로는 끝나지 않습니다
집에 있는 소독제 대부분은 이 바이러스에 듣지 않습니다.
껍데기가 없는 바이러스이기 때문입니다. 외피가 있는 바이러스는 알코올이 그 막을 녹여 무너뜨리는데, 범백 바이러스에는 녹일 막이 없습니다. 그래서 소독을 했다고 생각한 자리가 그대로 남습니다. 머크 수의 매뉴얼은 조건이 맞으면 환경에서 1년까지 버틴다고 적었습니다.

같은 매뉴얼이 유효한 것으로 적은 것은 셋입니다. 6퍼센트 차아염소산나트륨을 쓴 가정용 락스를 32배로 희석해 10분, 가속화 과산화수소를 16배로 희석해 5분, 퍼옥시모노황산칼륨을 100배로 희석해 10분입니다. 반대로 4급 암모늄 제품은 라벨에 파보바이러스를 막는다고 적혀 있어도 여러 현장 연구에서 효과가 없었다고 못 박았습니다.
| 무엇으로 | 어떻게 | 판정 |
|---|---|---|
| 가정용 락스(6% 차아염소산나트륨) | 32배 희석, 10분 접촉 | 유효 |
| 가속화 과산화수소 | 16배 희석, 5분 접촉 | 유효 |
| 퍼옥시모노황산칼륨 | 100배 희석, 10분 접촉 | 유효 |
| 4급 암모늄 소독제 | 라벨에 파보 표기가 있어도 | 현장 연구에서 무효 |
| 알코올 | 노출 시간과 무관 | 외피가 없어 무효 |

접촉 시간이 함께 적혀 있다는 점을 놓치기 쉽습니다. 뿌리고 바로 닦아 내면 희석 배수를 맞춰도 판정이 달라집니다. 표면에 젖은 상태로 그 시간을 버텨야 합니다. 유기물이 남아 있으면 약품이 먼저 소모되므로 세제로 닦아 낸 다음에 소독하는 순서도 함께 적혀 있습니다.

집에 다른 고양이가 있다면 배출 기간도 계산에 넣으셔야 합니다. 머크 수의 매뉴얼은 회복한 고양이의 분변에서 최대 6주까지 바이러스가 검출되며 대부분은 2주면 멈춘다고 적었습니다. 화장실과 밥그릇을 언제까지 따로 쓸지가 여기서 나옵니다.

그리고 마지막 조건이 남습니다. 유럽고양이질병자문위원회는 겉보기에 철저히 소독한 뒤에도 감수성이 있는 동물은 감염될 수 있다고 적으면서, 그런 환경에는 접종을 성공적으로 마친 고양이만 들여야 한다고 권했습니다. 기다린 날수로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새 고양이를 들이는 시점을 달력에서 찾고 계셨다면 찾는 자리가 다릅니다. 조건은 집이 얼마나 오래 비었느냐가 아니라 들어올 고양이의 접종이 끝났느냐입니다.
밥을 안 먹는 상태가 이어질 때 왜 기다리면 안 되는지는 고양이 밥 안먹음, 기다리면 안 되는 이유는 «간»에 있습니다에 적어 두었습니다.
정리하면
고양이 범백은 설사로 보이지만 백혈구가 무너지는 병이고, 회복은 백혈구 수치로 판단합니다. 접종을 마쳤는데 걸렸다면 백신이 아니라 시기가 어긋난 것이라 마지막 접종이 16주를 넘겼는지를 봅니다. 집을 정리할 때는 락스를 32배로 희석해 10분을 두는 식으로 약품과 시간을 함께 맞춰야 하고, 알코올과 4급 암모늄은 이 바이러스에 듣지 않습니다.

그리고 다 끝낸 뒤에도 남는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접종을 마친 고양이만 그 집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접종 수첩을 꺼내 마지막 날짜가 몇 주령이었는지부터 세어 보시면 됩니다.
FAQ
3차 접종을 다 끝냈는데도 고양이 범백에 걸릴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어미에게 받은 항체가 백신을 막는 구간이 개체마다 다르게 끝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권고는 차수가 아니라 나이로 적혀 있습니다. 3주에서 4주 간격으로 16주에서 20주령까지 이어 가고, 마지막 접종이 16주를 넘겼는지를 확인하시면 됩니다.
펫샵에서 데려온 지 며칠 안 됐는데 범백 진단을 받았습니다.
잠복기가 보통 2일에서 7일이고 길면 14일까지 가므로 데려오기 전에 이미 감염된 상태였을 수 있습니다. 데려온 날짜와 증상이 시작된 날짜를 함께 적어 두시고, 분양 계약서와 진단서를 같이 보관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날짜가 남아 있어야 나중에 따질 여지가 생깁니다.
범백을 앓은 고양이가 있던 집에 새 고양이를 언제 들일 수 있나요?
며칠을 비우면 된다는 식의 기준은 자료에 없습니다. 유럽고양이질병자문위원회는 철저히 소독한 것처럼 보여도 감염될 수 있다고 보고, 그런 환경에는 접종을 마친 고양이만 들이라고 권합니다. 시간이 아니라 들어올 고양이의 접종 상태가 조건입니다.
집에 다른 고양이가 있으면 어떻게 격리하나요?
회복한 고양이도 분변으로 바이러스를 내보내는 기간이 있습니다. 대부분 2주면 멈추지만 최대 6주까지 검출된 사례가 있어 화장실과 식기를 따로 쓰는 기간을 그 폭 안에서 정하게 됩니다. 정확한 기간은 검사 결과를 보고 담당 수의사와 정하시는 것이 맞습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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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백혈구감소증 항목 — 머크 수의 매뉴얼(MSD Veterinary Manu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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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범백혈구감소증 가이드라인 — 유럽고양이질병자문위원회(AB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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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백신 접종 가이드라인 — 미국고양이수의사회(AAFP)